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확보, 숫자보다 확인해야 할 것들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확보, 숫자보다 확인해야 할 것들

한국이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5~10%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이는 대미 투자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된 조치로 소개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원전 기술 접근성을 높이고 한미 에너지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5%냐 10%냐, 숫자 하나에 담긴 협상의 흐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는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아니고 최대 10% 지분인데, 이것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단순한 지분 투자로만 보기 어려운 배경이 있었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논의되는 지분에는 의결권이 포함되는 방향이다. 그리고 이 지분율은 협상 과정에서 계속 중요한 쟁점이었다. 앞서 한국 측은 10%를 넘는 지분을 확보해 이사회 참여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 측과 이견이 있었고, 현재는 5~10%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10%는 웨스팅하우스 주주계약상 이사 지명권과 관련된 기준으로 거론된다. 즉 '5%냐 10%냐'는 단순한 투자 비율의 차이가 아니라, 이사 지명권 확보 여부와 직결될 수 있는 경계선일 가능성이 있다.

이번 논의는 웨스팅하우스 지분만 따로 떼어놓고 볼 수도 없다. 한국과 미국은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으며, 보도된 구상으로는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와 한국형 APR1400 2기가 포함된다. 지분 인수는 이 더 큰 프로젝트 구도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0% 할인'이라는 숫자, 그것만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이번 논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구는 '공모가 대비 10% 할인'이다. 상장 전에 남들보다 싸게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니 얼핏 유리한 조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숫자만으로 투자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더 있다.

우선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로 산정되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10%를 할인받더라도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가 높게 책정된다면 실제 투자 매력은 달라질 수 있다. 보도에서는 기업가치를 약 300억 달러로 가정할 경우 5% 지분에 약 2조 원, 10%에는 약 4조 원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시장 추산이 나왔다. 수조 원 단위의 자금이 오가는 만큼, 할인율보다 실제 투입되는 금액과 그에 따른 기대 효과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의결권이 있다는 것과 영향력을 갖는다는 것은 다르다

정부는 5~10% 지분으로도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결권을 갖는 것과 주요 경영 판단을 좌우할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사를 직접 지명할 수 있는지, 주요 사업 결정에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소수 지분으로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투자를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한국이 확보한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분을 취득한다고 해서 곧바로 원천기술이나 지식재산권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분 참여를 통해 향후 지식재산권이나 사업 조건을 둘러싼 협상에서 한국 측의 발언권이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느냐다.

자금 조달 방식도 함께 봐야 할 이유

일부 보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 지분 취득 자금은 대미 전략투자 패키지와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누가 투자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투자 위험과 수익을 누가 부담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할 문제다. 지분율과 할인율만큼이나 이 자금 구조가 투자의 실질적 조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이번 사안을 '한국이 세계적인 원전 기업의 지분을 싸게 확보했다'로 단순화하기도, 반대로 '5~10%밖에 못 샀으니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이르다. 판단의 핵심은 지분율 자체보다 그 지분에 어떤 권리가 붙어 있고, 한국 기업이 앞으로 미국 원전 사업에서 어떤 역할을 확보하느냐에 있다.

최종 계약이 나온다면 실제 인수 지분율과 투자금액, 이사회 참여를 포함한 의결권의 범위, 그리고 미국 원전 프로젝트에서 한국 기업이 맡게 될 구체적인 사업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10% 할인'이라는 숫자는 눈에 잘 들어온다. 하지만 수조 원이 오갈 수 있는 투자라면, 얼마나 싸게 샀느냐보다 무엇을 얻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