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700개보다 반가웠던 건, 누군가 찾아왔다는 사실

보름달 아래 송편이 담긴 접시를 사이에 두고 나누는 두 사람의 손

NH농협생명이 지난 18일 추석을 맞아 서울시립은평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송편 나눔 행사를 열었다. 임직원 봉사단이 복지관 경로식당에서 약 700명의 어르신에게 송편을 나누어 드리며 따뜻한 명절 분위기를 전했다는 소식이었다.

송편 하나보다 사람이 찾아오는 것이 더 반가울 수도 있겠다

추석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가족 생각이 난다. 어릴 때는 추석이라고 하면 송편이나 맛있는 음식, 용돈처럼 즐거운 것부터 떠올렸는데, 나이가 들수록 명절을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모두 모이는 기다려지는 날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평소보다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NH농협생명 임직원들이 복지관을 찾아 약 700명의 어르신에게 송편을 나눴다는 내용을 보면서 처음에는 '좋은 일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니 오히려 송편보다 그 자리에 직접 찾아갔다는 사실에 눈길이 갔다.

우리는 누군가를 돕는다고 하면 무엇을 얼마나 많이 주었는지를 먼저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송편 몇 개보다 누군가 눈을 맞추며 "맛있게 드세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라고 건네는 인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무언가를 많이 준비했다고 해서 반드시 마음이 더 잘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선물 자체보다 선생님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줬던 순간이나 이름을 불러주며 칭찬해줬던 일을 의외로 오래 기억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물건만이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행사를 단순히 '송편 700명분을 전달했다'는 숫자로만 보기는 아쉬웠다. 명절이라는 특별한 날에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함께했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을 것 같다. 나 역시 이번 내용을 보면서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사드리는 것만큼 먼저 전화 한 통 하고, 얼굴 한번 더 찾아뵙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봉사활동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나눔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행사라는 말만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임직원이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명절에는 평소보다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복지기관과 연계한 활동 자체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기사를 읽을 때마다 한 가지 아쉬운 마음도 든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행사를 한 번 했다는 사실보다 그다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추석에 송편을 전달하고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난다면 좋은 행사 하나로는 남을 수 있지만, 지역사회의 문제를 바꾸기는 어렵다. 반대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을 꾸준히 찾아가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지원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원문에 있는 '어르신들의 고독 완화', '정서적 안정', '삶의 질 향상' 같은 표현은 조금 조심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송편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눈 행사가 즐거운 시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한 차례의 행사만으로 고독이 완화되거나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런 부분을 과장하지 않는 것이 기업의 사회공헌을 더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공헌 활동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좋은 일을 하고 이를 알리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야 다른 기업의 참여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공헌의 중심이 '우리가 이런 좋은 일을 했습니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무엇을 줬느냐보다, 무엇이 필요하냐가 먼저다

명절에는 송편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식사 지원이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병원에 갈 때 동행해줄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배우거나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필요를 지속적으로 듣고 기업이 가진 자원과 연결한다면 사회공헌의 의미는 훨씬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이런 기업의 나눔 기사를 볼 때 행사 규모나 참여 인원만 확인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한 가지를 더 보고 싶다.

"이 기업은 다음에도 다시 찾아올까?"

700명이라는 숫자도 의미가 있고 송편을 나누었다는 사실도 따뜻하다. 하지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한 번의 큰 행사가 아니라 작은 관심이 반복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추석이 지나고 현수막을 걷어낸 뒤에도 관계가 계속된다면, 그때 비로소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말에 조금 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이번 송편 나눔 소식을 보면서 그래서 나 역시 작은 다짐 하나를 해본다. 멀리 있는 누군가를 돕는 거창한 일도 좋지만, 이번 명절에는 가까이에 있는 부모님과 어르신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것. 어쩌면 나눔은 그렇게 작은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