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법인세 216.7조 원 전망, 세수 증가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2027년 법인세 수입이 216.7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17년과 비교하면 약 3.7배 수준으로 커지는 셈이다. 이러한 급증의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있으며, 법인세 변동성이 총국세의 두 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부가세 같은 안정적 세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내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숫자는 216.7조 원이었다. 이렇게 큰 숫자만 보면 정부의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니 긍정적인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법인세가 크게 늘어나는 배경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기업의 실적 호조가 있고,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의 특성상 기업 실적이 꺾이면 세수 역시 빠르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올해 얼마나 많이 걷히느냐보다 경기가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세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느냐인 것 같다.
세수가 늘었다는 뉴스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세수가 크게 늘었다'는 뉴스를 보면 단순하게 생각했다. 나라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졌으니 좋은 것 아닌가 싶었다. 반대로 세수가 부족하다는 뉴스가 나오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경제 관련 내용을 계속 접하다 보니 세수는 단순히 많이 걷히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도 비슷하다. 어느 달 갑자기 예상하지 못했던 큰 수입이 생겼다고 해서 매달 그만큼의 돈이 들어올 것으로 생각하고 생활비를 늘리면 곤란해진다. 다음 달 수입이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면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도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올해 기업 실적이 좋아 법인세가 많이 걷혔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고 가정하고 지출을 늘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내용을 보면서 216.7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도체가 잘되면 법인세도 늘어난다
법인세는 기업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면 세금도 늘어날 수 있지만, 경기 침체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면 세수 역시 감소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수출 산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특정 업종의 실적 변화가 법인세 수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는 세수가 빠르게 늘지만 업황이 꺾이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법인세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만 보고 "이제 정부 재정도 여유가 생기겠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호황기에 들어온 세수를 어떻게 관리하고, 경기 하강기에 발생할 수 있는 세수 감소에 어떻게 대비할지가 더 중요해 보인다.
직장인의 월급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매달 일정한 월급이 들어오는 사람과 성과에 따라 월 수입이 크게 달라지는 사람 가운데 생활비 계획을 세우기 쉬운 쪽은 전자일 것이다. 법인세는 후자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 지출은 그렇게 빠르게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복지, 교육, 국방, 사회간접자본 등 이미 계획된 지출은 경기 상황이 나빠졌다고 갑자기 멈출 수 없다. 결국 예상했던 세수가 들어오지 않으면 부족한 재원을 다른 곳에서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법인세의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는 단순히 세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예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와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바로 '부가세를 올리자'는 결론은 조심스럽다
여기서 가장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세입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법인세가 불안정하니 부가세를 확대하면 된다"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가가치세는 우리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 광범위하게 부담하는 세금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뿐 아니라 소득이 적은 사람도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세율이나 과세 범위를 조정하면 가계의 체감 부담과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소득 대비 소비 비중이 높은 계층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게 느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안정적인 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과, 실제로 어떤 세금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세수 안정성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가계 부담, 물가, 소득 재분배 효과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법인세를 낮추면 기업 투자가 무조건 늘어날까
또 하나 조심해서 보고 싶은 부분은 법인세율과 기업 투자 사이의 관계다.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세금을 낮춘 금액이 모두 국내 투자나 고용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업은 경기 전망과 금리, 인건비, 글로벌 수요, 규제, 기술 변화 등 수많은 요인을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법인세를 많이 걷는다고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과 투자 환경에 부담을 줄 가능성 역시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법인세를 올리느냐, 내리느냐' 하나만 놓고 정답을 찾기보다는 경제 상황과 세수 안정성, 기업 경쟁력, 국민 부담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너무 기대서는 안 되는 이유
이번 내용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결국 이것이었다. 반도체가 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국가 재정까지 반도체 호황에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에는 사이클이 있다. 수요가 크게 늘어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시기가 있는 반면, 공급과잉이나 글로벌 경기 둔화로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는 시기도 있다. 그런 산업의 호황기에 세수가 크게 늘었다면 그 돈을 모두 지속적인 수입처럼 생각하기보다 향후 경기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보너스를 받았다고 매달 나가는 고정비부터 늘리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호황기에 들어온 추가 세수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었을 때 어떤 지출부터 조정할 것인지까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
세금은 많이 걷히는 것보다 예측 가능하게 걷히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216.7조 원이라는 숫자가 가장 크게 보였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고 나니 오히려 그 숫자 뒤에 붙어 있는 '변동성'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국가 재정에서 가장 편한 상황은 어느 한 해 세금이 엄청나게 많이 걷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재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기업이 잘돼 법인세가 많이 걷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법인세의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세금을 쉽게 확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부담을 몰아주는 방식이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모두 버틸 수 있는 세입 구조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지금처럼 반도체 경기가 좋은 시기야말로 '얼마나 더 걷을까'만 고민하기보다, 다음 경기 하강기가 찾아왔을 때도 국가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