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4일 무료보다 중요한 숫자, 605만 대

추석 연휴 고속도로 교통량 증가와 차량 정체 모습

 

국토교통부가 추석 연휴를 맞아 특별교통대책기간을 지정했다.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운영되며,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다.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에서는 유류 가격을 리터당 100원 낮추고, 인천공항 출국장도 최대 30분 일찍 문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내가 가장 먼저 눈여겨본 숫자는 '무료'나 '100원'이 아니었다. 바로 605만 대다. 올해 추석 연휴 고속도로의 하루 평균 통행량 예상치로, 지난해 추석보다 11.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추석 당일에는 684만 대까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행료를 아끼는 것도 좋지만, 결국 운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래서 언제 출발해야 덜 막힐까?'가 아닐까 싶다.

통행료 몇천 원보다 막히는 두 시간이 더 힘들었다

명절에 차를 타고 이동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비슷할 것이다. 출발할 때는 기분이 좋다. 짐을 싣고 음료수도 챙기고 내비게이션을 켜면서 '이번에는 별로 안 막히겠지'라는 작은 기대도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들어선 순간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시간이 10분, 20분씩 뒤로 밀리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장거리 이동을 하면 체감은 더 크다. "언제 도착해?", "아직 멀었어?", "화장실 가고 싶어." 처음에는 친절하게 대답하다가 차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한두 시간 이어지면 운전자도 지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번 특별교통대책을 보면서 통행료 면제도 반가웠지만, 오히려 혼잡 예상시간부터 확인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귀성길은 9월 24일 오전, 귀경길은 9월 25일 오후에 가장 혼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절 이동에서는 몇천 원을 절약하는 것보다 출발시간을 한두 시간 조절해서 정체를 피하는 것이 훨씬 큰 절약일 수도 있다. 기름도 덜 쓰고 운전 피로도 줄고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면 이번 추석에 장거리 이동을 계획한다면 '통행료 무료'보다 먼저 혼잡시간을 확인할 것 같다.

기름값 100원 인하, 어디서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고속도로 기름값 100원 인하'라는 문구를 봤을 때는 상당히 눈에 띄었다. 요즘 주유할 때 몇 만원이 금방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리터당 100원은 작지 않은 차이다. 50L를 넣는다고 단순 계산하면 약 5,0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꼭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국 모든 주유소에서 100원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다. 이번 조치는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 주유소를 대상으로 유류 가격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는 내용이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대상은 226곳이다.

그래서 블로그 제목에서도 단순히 '추석 기름값 100원 인하'라고 쓰기보다는 '고속도로 주유소 기름값 100원 인하'라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작은 차이지만 실제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정보다.

통행료 무료가 교통혼잡까지 줄여줄까?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분명 체감하기 쉬운 혜택이다. 장거리 귀성·귀경을 하는 가족이라면 왕복 통행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문에 있는 '통행료 면제가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교통혼잡을 완화한다'는 표현에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통행료가 무료가 된다고 고속도로 위 자동차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용차 이용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추석 이동수단 가운데 승용차 이용 비중은 88.4%로 예상되고, 고속도로 하루 평균 통행량 역시 605만 대로 전망된다. 따라서 통행료 면제는 교통혼잡 완화 정책이라기보다 명절 이동비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교통 흐름을 개선하는 데에는 혼잡구간 관리나 갓길차로 운영, 우회도로 안내 같은 대책이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도 고속도로와 일반국도 299개 구간을 혼잡 예상구간으로 관리하고, 고속도로 64개 구간에서 갓길차로를 운영할 예정이다.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출국장 30분 조기 개방도 체크

이번 대책은 자동차 이용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눈에 띄는 내용도 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최대 30분 일찍 운영되고, 인천·김포·김해·제주공항의 실시간 대기상황도 주요 포털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명절 공항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30분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것이다. 체크인 줄을 기다리고 수하물을 맡긴 뒤 보안검색과 출국심사까지 거치다 보면 평소보다 시간이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다만 '출국장을 일찍 연다'고 해서 공항에 늦게 도착해도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오히려 이용객이 몰리는 시기인 만큼 평소보다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하고 실시간 혼잡도를 확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큰 혜택은 '정보를 알고 출발하는 것'

이번 대책을 살펴보면서 다시 느낀 것은 명절 교통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료 혜택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행료가 무료이고 기름값이 100원 저렴해도, 가장 막히는 시간에 출발해 몇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낸다면 몸은 훨씬 힘들다. 반대로 출발시간을 조금 조절하고 실시간 교통정보를 확인해 덜 막히는 길을 선택한다면 그게 더 큰 절약일 수도 있다.

통행료 면제 기간이 맞는지, 어느 시간대가 가장 혼잡한지, 그리고 주유는 어디에서 할 것인지.

정부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결국 내 귀성길을 조금 편하게 만드는 것은 출발 전 10분의 정보 확인일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연휴가 짧아 전체 이동인원은 감소하지만 이동이 짧은 기간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이동인원은 약 3,093만 명, 고속도로 하루 평균 통행량은 605만 대로 전망됐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무료니까 일단 출발하자'보다는 '언제 움직여야 덜 힘들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 통행료 몇천 원을 아끼는 것만큼 가족 모두 조금 덜 지치는 귀성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명절 절약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