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남아서 문제라니, 원전 정산금 168억 원의 의미

전력 과잉으로 원전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상황을 표현한 원자력발전소 태양광 송전망

올 상반기 원전 출력제어에 따른 정산금이 167억 7천만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1년치 정산금인 161억 9천만 원을 반년 만에 넘어선 수치다. 송전망 접속을 둘러싼 발전시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운 원자력 발전소에 출력 감소 요청이 집중되고 있으며 상반기에만 15회의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전기가 남아서 문제가 되는 이유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전기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이 만들어서 문제가 된다고?'였다. 여름철만 되면 전력 수급을 걱정해야 한다는 뉴스를 자주 봐왔기 때문에 전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는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출력제어는 전기가 필요 없어서 버리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전력 수요보다 공급이 지나치게 많을 때 전력망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전량을 조절하는 조치다. 특히 전력 수요가 낮고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봄·가을에는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시간대가 생기면서 발전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올 상반기 원전 출력제어는 15회, 총 5만 8,751MWh를 기록했다.

정산금은 왜 계속 늘어나고 있나

원전 출력감발 정산금 추이를 보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2023년 34억 4천만 원이었던 정산금은 2024년 126억 5천만 원, 2025년 161억 9천만 원으로 늘었고, 2026년에는 상반기에만 167억 7천만 원을 기록했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전력망과 저장·수요조절 체계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이 숫자가 보여준다.

왜 하필 원전부터 줄이나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어느 발전원부터 줄일 것인가'라는 문제다. 원전 같은 중앙급전발전기는 전력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출력을 낮추면 정산금을 받지만, 비중앙 재생에너지는 출력제어에 따른 별도의 보상이 없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대형 발전소는 한 번의 지시로 상당한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반면, 수많은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원전이 통제가 쉽다는 기술적 특성 때문에 출력제어 요청이 집중되는 구조인 셈이다.

'태양광 vs 원전' 구도로만 볼 문제는 아니다

이 상황을 '태양광이 늘어나서 원전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단순하다. 반대로 '재생에너지를 계속 늘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드러난 문제의 핵심은 여러 발전원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력망과 저장·수요조절 체계가 그 변화를 얼마나 따라가고 있느냐에 있다.

고속도로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도로가 부족하면 결국 길이 막힌다. 전기도 발전설비만 늘리고 그것을 보내고 저장하고 조절하는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면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필요한 것은 저장과 수요조절, 그리고 투명한 기준

해답을 '태양광부터 줄이면 된다'거나 '원전 출력을 더 유연하게 조절하면 된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는 없다. 남는 전력을 저장할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확대하고,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소비를 늘리는 수요반응(DR) 제도를 활용하며, 필요한 지역에 송전망을 확충하는 방법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실제로 출력제어 자체를 줄이는 방안으로 ESS와 플러스 수요반응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 어느 발전원의 출력을 먼저 조절할지, 그 비용은 누구가 부담할지, 보상 기준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력제어'나 '감발 정산금' 같은 용어는 평소 접하기 어려워, 숫자만 보면 문제의 원인을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발전량이나 설비용량뿐 아니라 출력제어 횟수와 비용, 송전망 확충 상황, ESS 확보 수준까지 함께 공개하고 비교해야 에너지 정책이 실제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서로 경쟁시키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어떤 발전원을 확대하더라도 그것을 받아줄 전력망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은 발전소를 몇 개 짓느냐보다, 만들어진 전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내고 저장하고 사용할 것인가라는 훨씬 복잡한 문제라는 점을 이번 사례가 보여준다.